에르제와 <땡땡의 모험> 모두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된 에피소드입니다. 에르제는 땡땡의 5번째 목적지로 중국을 설정 후 폭넓은 연구를 진행했어요. 일본군이 중국 침략의 빌미를 마련하기 위해 남만주에 위치한 철도 일부 구간을 스스로 폭파한 후 중국에 책임을 전가한 선양 사건을 알고 계시나요? <푸른 연꽃> 에피소드에는 이 사건을 그대로 묘사한 장면이 있을 만큼 1930~1940년대 중국의 시대상과 역사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에르제는 <푸른 연꽃> 에피소드를 통해 당시 유럽인들이 중국에 가지고 있던 오해와 선입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습니다. 땡땡이 중국인 ‘창총젠’과 이야기를 나누며, 유럽인들은 모든 중국인이 교활하다거나, 반인륜적인 풍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죠. 유럽인들의 시각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무지를 핑계 삼아 어떤 나라와 문화도 희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에르제가 이처럼 중국을 사실성 있고 섬세하고 묘사하게 된 데에는 ‘창춘젠’이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브뤼셀의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던 중국인 예술가 창춘젠은 에르제에게 중국의 예술, 문화, 정치적 흐름까지 상세히 알려주었다고 해요. 그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에르제는 <푸른 연꽃> 에피소드 속 슬로건, 포스터 등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히 챙기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죠.